달밤의 바둑 소리/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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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문서: 달밤의 바둑 소리/순찰
1. 대학 캠퍼스 점검[편집]
파일:영7 메인.png 오행진 점검 |
오늘은 학교가 방학하는 날이다. 아무도 없는 텅 빈 학교는 유독 쓸쓸해 보였다. |
전송진을 통해 고등학교의 오행진으로 날아왔지만 룰루가 보이지 않았다. |
「지휘사」 응? 룰루는 어디 있지? |
「웬시」 학교에서 찾아보자. 근처에 있을 거야. |
한참을 돌아다니다 교실 창가에 앉아 있는 룰루를 찾았다. |
룰루가 있는 각도에선 오행진의 상황을 똑똑히 볼 수 있으니, 게으름을 피우는 건 아닌 것 같았다. |
「웬시」 룰루, 왜 여기 숨어 있어?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
「룰루」 별님이 오늘 싫어하는 사람을 만날 거라고 해서 여기로 숨었어. 아, 참고로 싫어하는 사람이 웬시 널 말하는 건 아니야. |
「지휘사」 윽...... 지금 내 얘기 하는 거야? |
「룰루」 훌륭해, 훌륭해. 네가 똑똑할 때도 있네.[보이스] 헤에~ 너도 가끔씩은 머리를 쓰는구나. |
「지휘사」 그거 칭찬이 아니잖아...... |
룰루가 나를 샅샅이 훑어봤다. |
「룰루」 응. 확실히 칭찬할 만한 데가 전혀 없네. |
「지휘사」 야...... 그렇게 말하면 나 슬퍼...... |
「웬시」 너희 사이 정말 좋구나~ |
「지휘사」 이게 사이가 좋은 거야......? |
「웬시」 룰루랑 안 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는구나. 룰루는 원래 이런 아이야. 친한 사람일수록 독설을 더 자주 해. |
「지휘사」 낯선 사람에게는 어떨지 정말 궁금하네...... |
「웬시」 종한구한테 물어보면 알 거야~ 룰루가 동방거리에 처음 왔을 때, 그 녀석이 룰루의 차가운 미소녀같은 외모에 넘어가서 만장정으로 스카웃하려고 했거든. |
「지휘사」 종한구는 여전하구나...... 그래서? |
「웬시」 룰루가 소환한 운석에 맞아서 기절했어. 그날 이후로 아무도 룰루를 건드리려고 하지 않았지. 종한구의 희생도 일단 가치가 있다고나 할까. |
「지휘사」 당사자는 그렇게 생각 안 할걸...... |
「룰루」 ...... 운석이 머리에 떨어지면 더 똑똑해진다는데. 해볼래? |
「지휘사」 아냐, 아냐...... 안 해도 돼...... 하하...... 하하하...... |
웬시 뒤로 다급히 피했다. 제 2의 종사장이 되고 싶지 않아...... |
「웬시」 참, 룰루, 이대로 계속 고등학교에 있어도 괜찮아? 평소에 수업이 있을 때 꽤 시끄러울텐데. |
「룰루」 ...... 괜찮아. |
「지휘사」 룰루는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를 따라 이곳저곳 가느라 제대로 학교를 못 다녔지? 룰루도 학교 분위기를 느끼고 싶을...... |
「룰루」 나도 다닌 적 있어. |
룰루가 내 말을 끊었다. |
「룰루」 하지만 다닌 시간도 짧았고, 좋은 추억이라고 할 만한 것도 없어. 할아버지가 학교에서 데리고 나와줘서 다행이지. |
「룰루」 ...... 학교 따위 정말 싫어. |
룰루가 창턱에서 뛰어내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교실 밖으로 갔다. |
「지휘사」 룰루? |
그녀를 끌어당길려고 했지만 웬시가 막았다. |
「웬시」 여기에 있어봤자 불쾌한 일만 떠오를 거야. |
「웬시」 룰루는 개성적이고, 다른 사람에게 맞춰서 자신을 바꾸려 하지 않아.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상상이 가. |
「지휘사」 미안, 쓸데없는 질문을 해서...... |
「웬시」 네 잘못이 아니야. 그 아이도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느껴보고 싶어서 여기에 왔을 거야. |
「웬시」 그 아이에게 이런 추억은 분노라기보단 아쉬움이라고 해야겠지. |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니...... 어린 룰루가 할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학교를 떠나는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
룰루를 따라 강의실에서 나왔다. 웬시가 오행진을 검사하는 동안 우리 두 사람은 무료하게 교문 앞에서 기다렸다. |
「지휘사」 룰루, 왜 웬시를 도우려고 한 거야? |
그녀는 딱히 이 세상이 어떻든 신경 쓸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물어봤다. |
「룰루」 ...... 웬시의 계획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해? |
룰루가 도리어 물어봤다. |
「지휘사」 나도 잘 모르겠어. |
「지휘사」 아무리 작은 희망이라도 일단 붙잡고 싶다...... 그런 느낌이지. |
「룰루」 실패할 거야. 별님이 그렇게 말했어. 만약 내가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뭔가를 하고 싶어? |
「지휘사」 만약 실패하는 걸 안다면서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을 거야...... 그러니 난 계속 웬시를 도울 거라고 생각해. |
「룰루」 ...... 역시 닮았구나, 너희 둘. |
「지휘사」 엥? |
「룰루」 웬시가 점쳐달라고 했을 때, 나 말했다? 미래의 모든 것은 천명이다, 뭘 해도 바꿀 수 없다고. |
「룰루」 그런데 웬시는 반대로 가만히 앉아서 종말의 날이 오길 기다리는 것이야말로 나약한 짓이라고 했어. |
「룰루」 이상주의자들은 모두 순진하고 멍청해. |
「룰루」 하지만 웬시는 성숙하고 이성적인 사람인데도, 모든 나쁜 결말을 알고 있으면서도 가장 좋은 결말을 믿고 있어. |
「룰루」 자신이 믿는 결말의 가능성이 엄청 희박하다 해도 말이지. |
「룰루」 그래서 그 사람을 돕기로 한 거야. 그녀의 이상주의가 이 세상을 어느 방향으로 이끌지 보고 싶어서. |
「지휘사」 이상주의...... 라고? |
나 역시 그런 거겠지. 아니...... 웬시를 선택한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이념에 어느정도 물었을 거다. 룰루도 포함해서. |
「룰루」 지휘사 , 이 세상의 운명에 대해 성상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싶지 않아? |
▷ 알고 싶어 「지휘사」
묻고 싶어, 이 세상은 대체 어떻게 변할지.「룰루」
...... 바보, 어떻게 그런 걸 물어볼 수가 있어?「지휘사」
엥?!!「룰루」
별님이 뭐라고 해도 마음은 변치 않을 거라고 아까 말했던 주제에, 결국 이런 떡밥 하나에 걸려들다니, 진짜 왕바보 똥개.「지휘사」
나...... 난 그냥......「룰루」
변명하지 마. 넌 마음이 약해. 웬시의 동료가 될 자격이 없어.룰루는 쓰레기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완전히 미움받은 모양이다...... 만약 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룰루는 세계 제일의 킬러가 됐을 거다...... 그냥 쳐다봤을 뿐인데도 미안한 마음이 절로 든다...... 아...... 룰루, 진짜 미안해. 날 그런 눈빛으로 보지 마아아아아!
▷ 알고 싶지 않아 「지휘사」
신경쓰이긴 하지만 묻지 않을게.「룰루」
...... 흐음. 아까 했던 말은 진심이였구나.「지휘사」
엥?「룰루」
네 결심을 시험해 보려고 한 것뿐이야.
내가 정말 알려줄 거라고 생각했어? 바보.「지휘사」
......「룰루」
웬시의 동료로서 일단 합격한 걸로 해 둘게.분명 놀림을 당했는데도 룰루한테 고맙다고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났다...... 이것도 그녀에게 나는 불가사의한 매력이 아닐까......
2. 동방거리 점검[편집]
파일:영7 메인.png 오행진 점검 |
오랜만에 시간이 나서 웬시와 함께 동방거리 곳곳을 거닐기로 했다. |
「남자」 웬시, 좋은 아침! |
「여자」 오랜만이에요, 웬시. 요즘 잘 지내요? |
순찰하는 길에 웬시가 지나가는 행인들과 계속 인사를 나누었다. 정말 인기가 많은 모양이다. |
「어린 아이」 웬시 누나! |
한 아이가 작은 꽃을 들고 뛰어왔다. |
「어린 아이」 방금 길에서 꺾었어요. 이거 드릴게요. |
「웬시」 고마워. 소중히 간직할게. |
웬시가 허리숙여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자 아이가 함박 웃음을 지었다. |
「어린 아이」 엄마가 기다리고 있어서 전 가 볼게요. 웬시 누나도 힘내요! |
아이가 다다닥 달려갔다. 웬시는 따뜻한 눈빛으로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웬시」 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동방거리를...... 반드시 지킬 거야. |
웬시는 한참 눈을 감았다. 누구에게 말하고 싶은 걸까. |
잠시 뒤 익숙한 건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밝은 대낮이었지만 알 수 없는 음침함이 느껴졌다. |
「종한구」 오, 귀한 손님이네요. 어서 오세요~ |
「웬시」 너한테서 물건 살 일 없으니까 마음 접으시지. |
「종한구」 아아 ~~ 친애하는 지휘사님~~ |
종한구는 웬시의 말에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고개를 돌려 얼굴에 미소를 띈 채 나를 쳐다봤다. |
「지휘사」 어째 불길한 예감이 드는데...... |
「종한구」 중앙청은 월급 꽤 잘 주죠? 평소에 지출도 잘 안 하는 것 같은데 투자 좀 해보는 건 어때요? |
「지휘사」 투자? |
「종한구」 네, 투——자! 이 병 좀 보세요. 몇 천년 전에 갑자기 사라졌던 신의 나라에서 전해지는 유일무이한 유물이에요. 이건 단순히 골동품을 사는 게 아니라 미래에 투자를 하는 거라고요! |
「지휘사」 자, 잠깐만... |
「웬시」 ...... |
「종한구」 어때요 어때? 망설이지 말고요. 이 마을 아니면 이런 가게는...... |
「웬시」 종——한——구! |
「? ? ?」 응? |
종한구가 민첩하게 웬시의 공격을 피했고, 그녀가 주먹으로 내리친 곳에 갑자기 소녀가 튀어나왔다. |
「웬시」 어머, 라게츠? |
소녀는 가볍게 점프하더니 한 손으로 웬시의 손등을 짚고 공중에서 회전하여 사뿐히 착지했다. |
「라게츠」 휴우——종사장, 이건 아니지. 돈 내는 게 싫으면 싫다고 얘기를 해. 웬시 언니를 시켜서 나를 패려고 하다니, 무슨 심보야? |
「종한구」 무슨 소리에요? 전 항상 돈을 내는 게 싫으면 싫다고 얘기한답니다. 그리고 웬시는 보물 복원을 의뢰한 장본인이에요. 때릴 리가 없잖아요. |
「웬시」 너 혼자서 이 고서를 해독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라게츠한테 부탁한 거였구나...... |
「종한구」 그쵸, 이건 제 분야가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지식도 많고 재산도 많은 라게츠가 더 잘 알겠죠. |
이런 가벼운 칭찬이 그 소녀에게 먹혔는지, 흥하는 소리와 함께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
「라게츠」 이 사람이 지휘사지? 나는 라게츠라고 해. 보석 감정사이자 복원가지. |
「라게츠」 전에 종사장이 가져온 고서도 내가 복원했어. |
「종한구」 두 페이지가 빠졌지만요. |
「라게츠」 그건 네가 회수를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거 아니야! |
「라게츠」 어쨌든 복원에 도움이 될만한 단서가 있는지 보러 왔어... 없어진 두 페이지가 신경 쓰이기도 하고...... |
「종한구」 네가 와준다면 저야 환영이죠. 그런데 저 헐뜯는 것만 안 해주면 안 될까요...... |
「라게츠」 네가 사기쳐서 바가지 씌우려는 고객을 위해서 보물을 감정하는 것 뿐이거든. 깨진 돌을 보물이라고 사기나 치고 말이야, 이 사기꾼. |
「종한구」 보물은 사람에 따라 다른 법이에요. 평범한 돌도 어떤 손님에게는 엄청난 가치를 지닌 보물일 수도 있죠...... |
「종한구」 뭐, 됐어요. 어차피 네가 들을 것 같지도 않고요. |
「라게츠」 쓰레기는 어디까지나 쓰레기일 뿐이야. 네가 아무리 포장해봤자 보물이 되는 건 아니라구! |
「웬시」 알았어, 그만 싸워. 라게츠도 다른 볼일이 있잖아? |
「라게츠」 아...... 맞다. 여기서 이럴 때가 아니지. |
「라게츠」 그럼 나 먼저 갈게. 지휘사, 종사장을 조심해. |
「지휘사」 으, 응. |
「라게츠」 흐흥, 말 잘 듣네. 난 사리 분별할 줄 아는 사람이 좋아. 그럼 안녕. |
라게츠가 손을 흔들면서 떠났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종한구가 긴 한숨을 쉬었다. |
아무래도 보물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달라서 대화가 안 통하는 것 같다...... |
거리를 한바퀴 돈 후 웬시 기원으로 돌아왔다. |
「웬시」 어때, 동방거리를 돌아보니 어떤 느낌이 들어? |
▷ 정말 재미있는 사람들이야 「지휘사」
별의별 사람도 있었고, 피부색이랑 옷차림도 다양했고, 정말 재미있는 사람들이었어.「웬시」
...... 너는 그렇게 받아들였구나. 하지만 많은 사람들한테 있어서, 우리는 여전히 「다른 부류」야.「웬시」
원주민이나 외국 이민자도 그렇게 받아들여져. 동방거리는 바깥 세상에서 정착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야.「웬시」
다른 사람한테 배척당하고 적대시당하는 아픔을 알고 있으니까, 주류 사회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거야.「웬시」
모래처럼 단결력이 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이든 이곳에선 받아들일 수 있고, 존중받을 수 있어.「웬시」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자신을 받아들여준 동방거리에게 감사하는 거야.「지휘사」
그래서 책임자인 네가 이렇게 존경받을 수 있는 거였구나.
▷ 웬시, 너 엄청 존경받고 있구나 「지휘사」
웬시, 너 엄청 존경받고 있구나. 역시 책임자다워.「웬시」
아니야...... 나를 존경한다기보다는 동방거리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거지.「지휘사」
감사?「웬시」
많은 사람들한테 있어서, 우리는 「다른 부류」 사람이야.「웬시」
원주민이나 외국 이민자도 그렇게 받아들여져. 동방거리는 바깥 세상에서 정착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야.「웬시」
다른 사람한테 배척당하고 적대시당하는 아픔을 알고 있으니까, 주류 사회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거야.「웬시」
모래처럼 단결력이 없어 보일지 모르겠지만, 어떤 사람이든 이곳에선 받아들일 수 있고, 존중받을 수 있어.「웬시」
그래서 이곳 주민들은 자신을 받아들여준 동방거리에게 감사하는 거야.「지휘사」
그랬구나. 그래도 이 모든 게 네 덕분이야.
「웬시」 아니야...... 할아버지에 비하면 한참 멀었어. 하지만 난 언젠가 동방거리의 「이류자」들을 단결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어. |
웬시의 빛나는 눈동자를 보니...... 이미 그 소원이 이뤄진 것처럼 느껴졌다. |
3. 연구소 점검[편집]
파일:영7 메인.png 오행진 점검 |
연구소 안,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던 칭탄이 고개를 들어 가볍게 인사했다. |
「웬시」 칭탄, 좀 어때? 괜찮아? |
「칭탄」 염려할 것 없소. |
「웬시」 그럼 괜찮지만. 무리하게 이곳을 담당하게 해서 미안해. |
「웬시」 최대한 빨리 준비를 끝내서 너를 해방시켜줄게. |
「칭탄」 괜찮소. 이곳은 방해하는 이도 없고, 드물게도 조용한 장소이니. 음식도 괜찮고, 머물기에도 편안한 장소라오. |
칭탄이 버튼을 누르자 벽에 갑자기 창문이 나타났고, 창문에서 접시를 들고 있는 기계팔이 튀어나왔다. |
접시에서 압축 비스킷을 꺼내 웬시에게 건넸다. |
「웬시」 이건...... |
「칭탄」 형태가 이상하긴 하나, 배는 채울 수 있소. |
정말 쉽게 만족하는 사람이다...... |
「칭탄」 곤란한 것이 딱 하나 있소. 몬스터가 끊임없이 소란을 일으키고 있다오. 왜인지는 모르겠다만... 다행히 중연 공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몬스터를 막을 수 있었소. |
「지휘사」 중연? |
「웬시」 설마? |
밖에서 갑자기 발자국 소리가 났다.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곧 복도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키가 크고 떠돌이 차림을 한 남자가 들어왔다. |
「중연」 웬시, 왔소이까. |
「웬시」 칭탄이 말한 조력자가 너였구나. 마음이 놓인다. |
「지휘사」 이 분은...... |
「웬시」 이 사람은 전설의 검객——중연, 외관 만큼이나 믿음직하지. |
중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누군지는 관심이 없는 듯 했다. |
「중연」 소인은 이제부터 조사할 일이 있으니 먼저 실례하겠소. 용건이 끝나면 부르시게나. |
중연이 한 마디 던지고 옆방으로 들어가더니 문을 닫았다. |
「칭탄」 중연 공은 이곳과 인연이 깊은 듯 하오. 매일 와서 조사하고 있지. |
「웬시」 정말 이상해. 연구소는 이미 한 차례 정리했을 텐데, 몬스터들이 어디서 들어오는 거지? |
「칭탄」 불문이오. 가끔 벽에 문이 생긴다만, 몬스터들은 그 문에서 나오더군. |
정말 이상하다...... |
「지휘사」 여기 에어컨 없어? 더운 것 같은데...... |
「칭탄」 여기 온도를 조절하는 버튼이 있소. 잠시만 기다리시오. |
칭탄이 그렇게 말하며 빨간색 버튼을 눌렀다. |
삐——삐——주위에서 귀를 찌르는 경고음이 들렸다. |
「지휘사」 ......! |
「칭탄」 몬스터가 침입했소. 제군들, 방심은 금물이오. |
칭탄의 말대로 벽에 큰 문이 나타났다. 곧 몬스터 몇 마리가 나타나더니 으르렁거리며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
「웬시」 왔다! |
——소탕—— ㅤ 모든 몬스터 토벌 ㅤ |
전투승리
「몬스터」 꽥——! |
잠깐 부주의한 틈에 몬스터가 내 뒤로 왔다. 피하기엔 늦었다—— |
「중연」 ...... |
검빛이 번쩍 하더니 뒤에 있는 몬스터가 두 동강이 났다. 중연이 공중에서 착지한 뒤 검을 집어넣었다. 물 흐르듯 유연한 동작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
다른 쪽에선 칭탄도 자신을 습격한 몬스터를 처리하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정리됐다. |
「중연」 소인의 역할은 이제 끝난 것 같군. |
중연이 고개를 끄덕인 뒤 안으로 들어갔다. |
「지휘사」 강하다...... |
「웬시」 저 두 사람, 믿을 만하다고 했잖아. |
「지휘사」 그건 그렇고...... 너도 눈치챘지, 웬시. |
「웬시」 ...... 응. |
「칭탄」 무슨 뜻인지?? |
「지휘사」 이곳에 아무런 이유 없이 몬스터가 등장했던 건, 사실 네가 풀어놔서 그런 거였다고! |
「칭탄」 ...... 설마 방금 그 버튼이......? |
「웬시」 후...... 이제 알았구나. |
「웬시」 이 연구소는 옛날에 톱 클래스의 몬스터 연구를 진행했었어. 아직 어디에 몬스터가 있을지 몰라. 그러니까 아무 버튼이나 누르지 마. |
칭탄이 문득 큰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
「칭탄」 알았소. 불필요한 문제들과 피하기 위해, 소생은 앞으로 제어 장치들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지도록 하지. |
칭탄을 이렇게 기계가 가득한 곳에서 살게 했다니...... 정말 못할 짓이다...... |
그 후 웬시는 오행진을 검사하러 갔고 나는 칭탄과 함께 연구소 안을 거닐었다. |
「지휘사」 칭탄, 왜 웬시를 도우려는 거야? |
「칭탄」 소생은 모든 사건을 기록하고 싶기 때문이오. |
「지휘사」 기록? 무슨 뜻이야? |
「칭탄」 그대들이 행하는 모든 일은 성패를 막론하고 역사가 된다. 그 역사를 기록하는 것이, 소생의 역할이지. |
「지휘사」 기록자라면 이렇게 깊숙히 개입할 필요는 없지 않나? 그럼 더 쉬워질텐데 말이야. |
「칭탄」 ...... 귀하의 말도 일리가 있군. 소생도 그렇게 생각했소. 허나, 잘 아는 이가 미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멀리서 수수방관하고 있는 건 소생의 방식이 아니오. |
「지휘사」 너도 그런 생각을 하는구나...... |
「칭탄」 이런 결정은 중대하기에, 신중히 생각해야만 하오. |
「칭탄」 귀하야말로 어찌하여 웬시를 돕는 거지? 이해득실을 따져본 뒤에 결정한 건가? 아니면 본능으로 결정한 건가? |
▷ 물론 신중하게 고민했지 「지휘사」
나도 너처럼 신중히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린 거야.「지휘사」
어쩌면 우리가 무심코 선택한 결정이 이 세상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니까.「칭탄」
역시 지휘사답군.「칭탄」
귀하와 같은 믿음직한 자의 동료가 될 수 있다는 건, 소생에게도, 동방거리도, 나아가 이 세계에 있어서 커다란 행운이었소.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는 칭탄의 얼굴을 보니, 나에 대한 기대 역시 굉장히 컸던 것 같다.
절대로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 절대로.
▷ 웬시에 대한 믿음 때문에 「지휘사」
나도 너처럼 오래 고민한 끝에 결정을 내렸다고 하고 싶지만...「지휘사」
기본적으로는 웬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내린 거야. 난 그렇게까지 깊게 고민한 적은 없지만, 웬시를 믿어.「칭탄」
경솔한 면이 없진 않지만, 그런 신뢰가 있다는 건 웬시도, 나아가 동방거리에도 다행스러운 일이군.「지휘사」
그런가......「칭탄」
천금은 얻기 쉽지만 지기는 구하기 어렵다는 말 그대로군. 그대들의 인연이 언젠가 이 세상을 바꾸는 빛이 될 것임이 틀림없소.남아있던 혼란과 망설임이 칭탄의 말 때문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이 인연만 있으면 두려움 없이 계속 전진할 수 있다. 이 인연이 인도하는 미래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4. 항구도시 점검[편집]
파일:영7 메인.png 오행진 점검 |
항구도시에 도착했을 때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자세히 보니, 오행진에서 멀지 않은 곳에...... 포장마차 술집이?! |
「가리에」 웬즈, 지히사, 어서 온나~ |
바 뒤쪽에 있던 가리에가 우리를 보고 다정하게 손을 흔들었다. |
장사가 꽤 잘 나갔는지, 술집 안팎으로 사람들이 꽉 차 있었다. |
「웬시」 너 이러기야...... |
「가리에」 헤헤, 지다리그만 해선 데신해서 못 버틴데이. 이러먼 법진도 지키고 술도 마시고. 재밌는 사람들이랑도 많이 사귈 수 있고~ |
「남자」 가리에 씨 친구예요? |
술을 마시고 있던 남자가 다가왔다. |
「웬시」 ㄴ...... 네, 안녕하세요. |
「남자」 이런 옷은 본 적 없는데...... 정말 예쁘네요! 가리에 씨 친구도 엄청난 미인이구만. |
「웬시」 고맙...... 습니다...... |
「여자」 너 말이야, 사람 곤란하게 하지 마. 그런데 진짜로 예쁜 옷이네요. 어디에서 샀어요? |
「웬시」 죄송해요, 이건 동방거리의 친구가 만들어 준 거예요. |
「웬시」 그 친구는 동방거리에 가게가 있어서, 필요하면 가게 주소 적어줄게요. |
「여자」 그럼 부탁할게요~ |
여자가 종이와 펜을 건넸다. 웬시가 주소를 단정히 적었다. |
「남자」 말할 필요가 있나, 자자자, 아가씨, 같이 한 잔 합시다. |
가리에가 남자를 막고 난처한 얼굴을 한 웬시를 구했다. |
「가리에」 아자씨 함차 마셔예. 요기 아리따운 아가씨는 아직 할 일이 있서이. |
「남자」 그럼 어쩔 수 없죠. 죄송해요, 파이팅! |
남자가 웬시에게 웃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
「웬시」 후...... 고마워...... 동방거리가 아닌 곳에서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는 건, 역시 익숙하지가 않네...... |
「지휘사」 가리에, 넌 진짜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는구나...... 너한테 위화감이 전혀 안 느껴져. |
「가리에」 그야 어디 가던 술은 다 똑같으니께 말여~ |
「웬시」 동방거리에 왔을 때도 그랬어. 며칠만에 온 거리의 사람들이랑 사귀고, 근처 주민들을 나보다 더 잘 알게 됐지. |
「가리에」 헤헤, 모두 허거지게 열정적이였제. 맛있는 음식도 찐득히 보내줬고예. 진짜 함 오면 떠나기 싫은 곳이여~ |
「가리에」 쫌 아십다 싶은 거 꼽자면 주량이 다들 젬병이란 거 정도제...... |
「웬시」 술집 안의 남자들을 싹 다 쓰러뜨릴 정도의 주량을 가진 너랑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 |
「지휘사」 술집 안의 모든 남자들을 쓰러뜨릴 정도로 마셨다고? 정말이야? |
「웬시」 당연히 진짜지. 그것도 동방거리에 온 첫째 날. 그날 이후로 가리에한테 술 마시자고 하는 사람은 없었어.[보이스2] 맞아. 동방거리에 온 날에 같이 마신 사람들을 전부 쓰러뜨렸어. 그날 이후로 쟈리야에게 술 승부를 건넨 사람은 없어졌지. |
가리에의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
「가리에」 그라고 보니, 우리 지히사는...... |
「지휘사」 나나나...... 난 안 돼! |
가리에의 흥분된 눈빛을 보며 손사래를 쳤다. |
「지휘사」 참, 웬시, 우리 빨리 오행진 검사하러 가야지! 빨리 가자, 하하...... 하하하...... |
「웬시」 어? |
웬시를 잡아당겨 이 「분쟁의 소굴」을 벗어났다.[1] 서부영화 BadLand가 중국으로 수입될 때 번역된 이름. 대충 "「황야의 무법자」가 가득한 이곳을 벗어났다" 정도로 의역할 수 있겠다. |
「가리에」 힝...... 진짜 교활하구마...... |
30분 후—— |
「웬시」 술 좋다~! |
항구도시의 술집, 웬시의 앞에 술잔이 산처럼 쌓여 있다. |
「지휘사」 ...... 천천히 마셔...... |
「웬시」 이 정도면 아직 괜찮아! |
아니...... 표정을 보니 이미 취한 것 같다...... |
오행진을 검사한 뒤 가리에가 우리를 근처 술집으로 초대했다. |
순간 망설였다. 가리에와 함께 술집으로 가는 건 끔찍한 일이니까. 하지만 웬시의 신이 난 모습을 보자 거절할 수 없었다. |
「웬시」 사장님, 한 잔 더! |
눈 깜짝할 사이에 웬시가 손에 든 잔을 비우더니 탁자 위에 내려쳤다. |
「점주」 가리에 씨...... 친구 분이...... |
술집 종업원이 난감한 듯 가리에를 쳐다봤다. |
「가리에」 괘안다 괘안아, 쭉쭉 들이키게 냅둬이. 내도 한잔 더! |
...... 가리에에게 웬시를 말리라고 하는 건 고양이에게 생선 맡기는 격이었다. |
「웬시」 응? 저거 무슨 술이야? 본 적 없는데! |
웬시가 그렇게 말하며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따라가려고 했는데 가리에한테 잡혔다. |
「가리에」 긴장 께루게 둬이. 흑문 빵 터지고 오행진 굴린 디로 웬즈가 푹 쉰 적이 읍서서 그랴. |
웬시의 뒷모습을 봤다. 그녀가 이렇게 나와서 노는 건 정말 오랜만일 것이다. 어쩐지 즐거워 하더라니...... |
「지휘사」 그건 그렇고 너는 왜 웬시를 도와주는 거야? |
「가리에」 당연히 재밌어서 그란 가 아이가! |
「지휘사」 정말 단순명쾌한 답이네. |
「가리에」 내는 웬즈처럼 책임을 싹 다 홈차 짊어지는 얼강이가 아녀이. |
「가리에」 낸 말이제...... 책임이란 게 세상에서 젤 싫데이. |
「가리에」 근디...... 함자서 뻐대는 웬즈를 보면 마음이 좀 쑤셔이. |
「가리에」 그때 왠진 믈러도 멀이 확~ 뜨겁아져서 받아들였는디, 위험할 땐 쪼끔이라도 도아주고 십다고, 맘 구시기서 바란 기겠제. |
「지휘사」 가리에...... |
평소에 호들갑 떠는 가리에가 이렇게 세심할 줄이야...... |
「가리에」 마, 쩰 중요한 건 집져서 그런 기다. 여떼서 징키보기만 하믄 재미읍지 않나! |
「가리에」 헌디...... 지히사는 왜 우릴 도아주는 기노? |
「지휘사」 나도 너처럼 그렇게 깊이 생각한 건 아니야. 내 마음에 따라 움직이는 거지. |
「가리에」 그라몬 질문 바꾼데예. 닌 웬즈를 어케 생각하노? |
▷ 친구 「가리에」
그제, 친구제 친구제?「지휘사」
맞아.「가리에」
가치 밥 묵고 가치 놀러가고 그란 친구제?「지휘사」
그치.「가리에」
글고 가치 데이트 가는 친구고이?「지휘사」
그렇지...... 뭐?「가리에」
내 그럴 줄 알았다! 니네 둘은 역시......「지휘사」
자, 잠깐......「가리에」
아이고야, 머가 부꾸랍다고 그라노~
니 나이면 한창 연애도 하고 그럴 시기제!「지휘사」
아, 아니야! 우린 그냥 친구일 뿐이지!「가리에」
얼골 빨개졌고마이~
예예, 알긋다, 「그냥」 친구라고예.
▷ 가족 「가리에」
......! 가, 가족이라꼬?!「지휘사」
왜 그래?「가리에」
...... 꽤 하는구마, 지휘사 , 내 니를 너무 얕봤데이.「지휘사」
뭘 얕봤는데?「가리에」
요즘 젊은 애들이 이렇케 개방적이었나? 겨런도 안 했는디 벌써 가족이라꼬?「지휘사」
어...... 어어??!「가리에」
음...... 맞나. 내이 너무 뒤떨어진 것 같구마이. 걱정 붙드러 매레이, 내는 절대적으로 니네를 응원해예. 세상 편견이 머 대수이가!「지휘사」
자, 잠깐만...... 그런 게 아니야!「가리에」
아이고야, 머가 부꾸랍다 그라노~
니 나이면 한창 연애도 하고 그럴 시기제!「지휘사」
아, 아니야! 난 웬시를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가리에」
얼골 빨개졌고마이~
예예, 알긋다, 「가장 중요한」그 사람이제.
가리에가 나에게 윙크를 날렸다. 「걱정하지 마, 네 비밀을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않을게」라는 눈짓이였다. 완전히 오해하고 있잖아! |
「웬시」 아...... 여기 정말 좋다! |
「지휘사」 으악——! |
웬시의 갑작스런 등장에 깜짝 놀랐다. |
「웬시」 미안, 미안, 놀라게 했구나. 여기 술 진~짜 맛있어! 내 비장의 여아홍에 비하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
「웬시」 응? 무슨 이야기하고 있어? 지휘사 얼굴은 왜 빨개졌어? |
「가리에」 니랑 지휘사 에 대해 얘기하...... |
「가리에」 읍...... 으읍...... |
가리에의 입을 막았다. |
「지휘사」 아, 아니야...... 하하...... 하하하...... |
「웬시」 너희 둘 뭔가 이상하다. |
「웬시」 그래, 실컷 얘기해. 술 마시는 게 제일 중요하지! 지휘사 , 가리에, 일이 해결되면 매일 여기 와서 술 마시자! |
입이 막힌 가리에가 웬시에게 엄지를 들어올렸다. |
「지휘사」 아아...... 나 좀 내버려 둬...... |
5. 구 시가지 점검[편집]
파일:영7 메인.png 오행진 점검 |
하얀 빛이 걷히자 눈앞에 작은 그림자가 둘 나타났다. |
「? ? ?」 아...... 웬시 언니. |
「? ? ?」 마침 잘 왔다! 저 남자가 아동착취 하고 있는데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
「지휘사」 ...... 너희는 누구야? |
「웬시」 그녀들은 동방거리의 새 주민이야. 언니는 루안 옌, 동생은 루안 유. 쌍둥이지. |
쌍둥이라고 했지만 성격이 엄청 달라 보인다...... |
「웬시」 너희는 왜 여기 있어? 종한구는? |
「루안 유」 다 그 악덕상인 탓이야! 사기꾼에다가 미성년자 유괴범! |
「루안 옌」 유...... 그렇게 말하다니 심하잖아요...... 종사장님도 우리가 경험을 쌓게 하려고...... |
「루안 유」 언니는 남자한테 너무 쉽게 넘어가! 그 녀석은 누가 봐도......! |
「루안 유」 읍...... |
루안 유의 머리 뒤에서 갑자기 손이 튀어나와 그녀의 입을 막았다. |
그녀 뒤에서 남자가 웃으며 머리를 내밀었다. |
「종한구」 아이고, 너희들 왔군요. 뒤에서 계속 고서를 읽고 있어서 너희 목소리가 안 들렸어요. |
「지휘사」 뻥치지 마...... 방금 네가 문으로 몰래 들어오는 거 봤거든. |
「종한구」 얘냬는 우리 가게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아이들이에요. 어때요? 엄청 귀엽죠? |
종한구가 또 내 말을 무시했다. |
「루안 옌」 귀...... 귀엽다뇨...... |
「루안 유」 읍읍......! |
「웬시」 정말, 넌 여전하구나...... 동방거리에 막 왔을 때도 그렇더니...... |
「종한구」 그쵸 그쵸, 정말 정직하고 믿음직한 모습 그대로죠? |
「지휘사」 ...... 여기 있는 사람들 아무도 너를 믿지 않을걸. |
「웬시」 맞아. 그때 네가 할아버지를 속여서 쓰레기를 잔뜩 사게 한 일은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다구. |
「종한구」 아이고, 네 할아버지도 한 푼도 안 주셨거든요. 저한텐 할아버지의 외상을 적어둔 장부도 있다고요. |
「종한구」 신용을 생명으로 여기는 우리 새로운 가주께선 언제 이자까지 쳐서 갚으실려나요? |
「웬시」 ...... 그런 날은 없어. 포기해. |
「루안 옌」 저기...... |
「종한구」 아...... 2대에 걸쳐 괴롭힘을 당하며 사는 불쌍한 제 인생...... |
「루안 옌」 저기, 저기요...... |
「종한구」 옌, 너도 그렇게 생각하죠? 정말 너무 심하지 않아요? |
「루안 옌」 저기요! 동, 동생 좀 풀어주시면 안 될까요? |
「루안 유」 읍읍읍!!! |
「종한구」 아, 죄송해요~ 깜빡하고 있었네요. 놓아줄테니까 함부로 말하고 다니면 안 돼요! |
루안 유가 눈물을 머금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종한구」 정말 착한 아이군요~ |
...... 두 아이의 운명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
짧은 소동이 끝나고 웬시는 오행진을 검사하러 갔다. 나는 루안 옌, 루안 유와 같이 도서관 아래 터널로 가서 검사하기로 했다. |
자매의 보고대로 터널에 도망친 몬스터가 있었다. 자매가 모두 처치했지만 다시 확인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루안 옌」 ...... |
「루안 유」 ...... |
「지휘사」 ...... |
「지휘사」 저기...... 너희 둘 접경도시에서 지내는 거 괜찮아? |
「루안 옌」 ...... 네. |
「루안 유」 ...... |
「지휘사」 ...... |
이 침묵은 어떻게 된 거지?! |
루안 유는 아직까지 화가 안 풀렸는지 나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루안 옌도 부끄러움이 많은 소녀다.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
「지휘사」 저기...... 너희는 왜 종한구를 돕고 있는 거야? |
「루안 유」 누가 그런 변태를 도와준다고 했어! |
「지휘사」 변...... 변태...... |
「루안 유」 흥...... 흑문 사건만 해결되면 멍석으로 말아서 흠씬 두들겨 패 줄 거야! |
「루안 옌」 저기...... 종사장님도 우리를 많이 도와주셨는데, 이러는 건 안 좋지 않을까요...... |
「루안 유」 언니! 내가 몇 번을 말해. 그 녀석은 언니같은 순정파 여자를 입발린 말로 꼬드기는 사기꾼이라니까! |
「루안 옌」 순...... 순정파라뇨...... |
루안 옌의 얼굴이 빨개졌다. |
「루안 유」 뭘 또 부끄러워 하고 있는 거야! |
「루안 유」 안 그래, 지휘사? 결혼 상대를 만나기 전까지 절대로 이성과 손을 잡지 않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아? |
「루안 옌」 ...... 에에? |
▷ 조금 이상하긴 해 「루안 옌」
에...... 그런가요?「루안 유」
확실히 대답해줄게, 진짜 너무 이상해!
지금은 열린 시대란 말야!「루안 옌」
우......한편 루안 옌은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떨군 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왠지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것처럼 보였는데, 잘못 본 건가......
▷ 그것도 좋지 「루안 옌」
지휘사 님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항상 여동생이 이러면 촌스럽다고 했는데......「루안 유」
진짜 촌스러워!
흥, 정말. 이러면 나쁜 남자한테 쉽게 당하는 거 알아 몰라?!루안 유가 화가 잔뜩 난 채 나와 루안 옌만 두고 가버렸다. 「루안 옌」
저기...... 지휘사 님이 그렇게 생각하니 기뻐요. 고마워요.루안 옌은 얼굴을 붉히며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몸을 돌려 루안 유를 쫓아갔다.
터널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종한구는 어디로 갔는지 텅 빈 도서관에는 웬시만 있었다. 탁자 옆에 앉아서 뭔가를 골똘히 바라보고 있었다. |
「지휘사」 웬시, 우리 왔어. |
「웬시」 ......! |
웬시가 벌떡 일어나 손에 든 책을 뒤로 숨겼다. |
「웬시」 터, 터널 쪽 상황은 어때? |
「지휘사」 몬스터는 쌍둥이 자매가 해결했어. 지금은 안전해. 참, 뭘 보고 있었어? |
「웬시」 아, 아무것도 아니야! |
자신의 행동이 이상한 걸 알아차린 듯 웬시가 잠깐 마음을 가라앉히더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
「웬시」 그냥 역사 책이야. 내가 태어나기 전 동방거리에 대해 알고 싶어서...... |
「종한구」 《약속의 날》? 이게 뭐죠? |
「웬시」 ......! |
웬시가 감전이라도 된 듯 움찔거리며 고개를 돌렸다. 종한구가 여유롭게 탁자 위에 앉아 그녀가 보던 책을 들었다. |
「루안 옌」 아...... 저도 알아요. 요즘 유행하는 로맨스 소설이에요. |
「루안 옌」 웬시 언니, 언니도 좋아해요? |
웬시가 대답하기도 전에 종한구가 몸을 흔들어대며 웃었다. |
「종한구」 하하하하...... 로, 로맨스 소설? |
「웬시」 ...... |
「종한구」 웬시, 드디어 눈을 뜨셨군요. 할아버님도 분명 뿌듯해 하실 거예요~~ |
「웬시」 ...... |
「지휘사」 저기...... 종한구...... 그러지 않는 게...... |
「종한구」 과연 누가 우리 웬시의 첫사랑이 될까요? 자자, 어서 말해봐요...... |
쾅——주먹과 탁자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
「웬시」 종——한——구! 거기 서! |
...... 결국 이런 결과를 맞을 줄 알았다. |
6. 점검을 모두 마친 후[편집]
웬시와 함께 마지막 구역을 확인하면서 오행진 일은 일단락 났다. |
「웬시」 지휘사 , 수고했어. 덕분에 잘 끝냈어. |
「웬시」 이제 쉴 시간이야! 작은 축하파티도 준비했어. 그 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는 거야. |
「웬시」 그럼, 나 먼저 기원으로 돌아갈게. 준비되면 연락할게. 꼭 와야 해! |
웬시가 살짝 윙크를 날리며 전송진의 빛 속으로 사라졌다. 축하파티인가? 조금 기대되네~ |
파일:영7 메인.png 동방거리의 추억 |
연락을 받고 기원으로 갔다. |
웬시가 뜰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의 앞에 놓인 돌상 위에는 향긋한 차 한 주전자와 세련된 중국풍 떡들이 놓여 있었다. |
「웬시」 지휘사 , 왔구나. 맛이 어떤지 어서 먹어봐~ |
웬시의 맞은편에 앉아 용수당 같이 생긴 간식을 집고 입안으로 넣으려다 멈췄다. |
「웬시」 왜 그래? |
「지휘사」 잠깐만...... 이 간식...... 설마 네가 만든 거야? |
「웬시」 내가 만들었으면 뭐? |
「지휘사」 저기...... |
웬시의 요리가 죽음을 부르는 음식이라는 건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
「지휘사」 아, 아니...... 그냥 네 솜씨가 궁금해서. 하하, 하하하...... |
「웬시」 응? 그래? 그럼 맛을 보면 알게 되겠지? |
웬시의 미소를 보며 음식을 입가로 가까이 가져갔다...... |
「웬시」 어서, 맛 좀 봐. 정성스럽게 만든 거야. |
...... 무, 물러설 곳은 없다! 눈 딱 감고 죽음을 불사하는 심정으로 입안에 밀어 넣었다—— |
「지휘사」 ...... 응? |
「웬시」 어때? |
「지휘사」 맛...... 맛있어! |
「지휘사」 이렇게 솜씨가 좋을 줄 몰랐어. 네가 만든 건 못 먹을 음식일 줄 알았는데! |
「웬시」 ...... 그런 말 들어도 하나도 안 기뻐! |
「종한구」 벌써 드시고 계신가요? 방금 만든 개나리빵이에요. 지휘사 , 뜨거울 때 드세요. |
옆에서 종한구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간식 한 접시를 들고 방안에서 나왔다. |
「지휘사」 잠깐만...... 이 간식 설마 네가 만든 거야? |
「종한구」 물론이죠. 설마 우리 책임자가 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얜 빨래도 할 줄 모른다고요. |
「지휘사」 ...... 웬시? |
「웬시」 ...... 네가 내 솜씨를 못 믿는 걸 보니 나도 모르게 널 놀리고 싶어져서. |
「지휘사」 아니...... 요리 말고...... 너 정말 빨래를 할 줄 몰라? |
「웬시」 ...... |
「종한구」 아...... 집안일이라고 하니 생각나는 게 있네요...... |
「종한구」 어렸을 때 기억 안 나요? 그때 할아버님이 외출하신 사이에 달이랑 함께 마당을 청소해서 할아버님을 놀래키려고 했잖아요...... |
옛날—— |
산들바람이 불자 벚꽃이 떨어졌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봄날 오후였다. |
남자는 한가롭게 차를 마시며 맑은 하늘을 쳐다봤다. 그 앞에서 어린 소년이 돌의자에 앉아 조용히 고서를 읽고 있었다. |
「웬시」 달비라! |
여리지만 힘이 넘치는 소녀의 목소리에 고요함이 깨졌다. 소녀는 빗자루를 들고 기세등등하게 소년에게 다가갔다. |
「웬시」 정말...... 같이 정원 청소하기로 약속해놓고 뭐 하는 거야! |
「달비라」 약속한 적 없어. |
「웬시」 이, 이건 기원에 사람이면 모두 해야 하는 의무야! |
「웬시」 종한구, 말 좀 해봐! |
「종한구」 아이고, 웬시의 청소 챌린지는 실패한 건가요? |
웬시가 빨개진 얼굴로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꽃잎들을 쓸었다. 목소리도 많이 누그러져 있었다. |
「웬시」 실패한 거 아니야, 꽃잎이 너무 많아서 그런 거지...... |
「종한구」 방금 토라져서 「네 도움 따위 필요 없어!」라고 하더니 몇 분도 안 돼서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네요. |
「웬시」 종한구!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야! |
「종한구」 전 그저 보모에 불과하답니다. 두 사람의 일은 둘이서 해결하셔야죠~ |
「웬시」 뭐가 보모야! 정말....... 할아버지는 왜 너처럼 믿음직하지 못한 친구를 둬서...... |
탁—— 달비라가 책을 덮었다. |
「종한구」 응? 우리 달, 다 읽으셨나요? |
「달비라」 시끄러워. |
「웬시」 누, 누가 시끄럽다는 거야! 난 할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어서...... 하지만...... 난 청소를 잘 못하니까...... |
소녀는 입술을 오므렸지만 눈가가 조금씩 붉어지기 시작했다. |
「달비라」 후...... |
소년이 길게 한숨을 쉬더니 의자에서 일어섰다. |
「달비라」 줘. |
달비라가 웬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
「웬시」 응? |
웬시가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
「달비라」 빗자루, 달라고. |
「웬시」 ...... |
「웬시」 응! |
소녀의 얼굴에 다시 미소가 떠올랐다. 소녀는 남자아이의 손에 빗자루를 건네준 뒤, 두 아이는 꽃잎이 가득한 구석으로 걸어갔다. |
남자가 손에 든 차를 마시더니 싱긋 웃으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종한구」 오늘은 정말 좋은 날씨네요~ |
「지휘사」 웬시가 정원을 쓰는 간단한 일조차 할 줄 모르다니. 상상도 못 했어...... |
「웬시」 종한구!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 그건 어렸을 때고...... |
「종한구」 정말 그리운 날들이었죠. |
「웬시」 ...... 그러게. 날씨도 장소도 모두 같아. 하지만 있는 사람만은 다르지. 정말...... 세속의 변화가 무상하다는 말이 딱 맞네. |
「종한구」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이 있죠. 이 세상엔 완벽치 않은 일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
「웬시」 그렇다 해도 달갑진 않아...... 할아버지나 그 녀석이나...... |
「지휘사」 웬시...... |
그 녀석은...... 달비라겠지. 그도 한때 웬시의 가장 중요한 가족이었으니...... 아니, 웬시는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
일단 인정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웬시는 그런 사람이다. |
「웬시」 ...... |
「웬시」 뒷풀이 분위기가 왜 이렇게 가라앉았어? 종사장의 솜씨를 낭비하면 안 되지! |
「종한구」 맞는 말이죠. 생각이 많아봤자 도움이 되진 않아요. 눈앞의 일을 해내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예요. |
「웬시」 말 잘 했어. 다른 사람 기운까지 북돋워주는 거 잘 하네. 의외야. 자, 술 대신 차나 건배하자! |
찻잔을 들었다. 머리 속에 자연스레 의문이 떠올랐다...... 달비라...... 지금 어디에 있을까? |
차를 마시고 밥을 먹은 뒤 다들 정원을 떠났다. 나무 밑 그늘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나왔다. |
「달비라」 ...... |
돌상 위에 맑은 차와 깨끗한 잔이 있다. 누군가를 위해 준비해 둔 모양이다. |
달비라는 침묵했다. 그동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한참이 지나서야 주전자를 들고 차를 부은 뒤 찻잔을 입가에 대고 음미했다. |
「달비라」 ...... 맛은 그대로군. |
달비라가 남은 차를 바닥에 쏟고 떠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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